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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희귀질환자, 약은 있지만 쓰지 못한다?신경내분비종양, 국내 보건당국 규정 탓에 치료약 생산 금지
  • 글:이동훈 기자, 사진:진상욱 기자
  • 등록 2017.02.16 10:50 | 승인 2017.02.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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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의 규정 탓에 약을 공급받지 못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환자들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신경내분비종양과 부신수질종양 환자들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이 질환에 잘 듣는 효과적인 의약품도 국내에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본지는 매년 2월 마지막 날에 돌아오는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어떻게 된 사연인지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환자수가 만 명을 넘지 못하는 희귀질환자 경우 채산성 등을 이유로 약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다. (사진=이동훈 기자)

“살고 싶고 낫게 될 약도 있는데, 죽음을 기다리는 심정 모르실거에요.”

2년 전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이영신 씨(보라매병원ㆍ여).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이다. 

16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은 호르몬을 생성하는 신경내분비세포에서 생긴 종양으로, 인구 10만 명당 1.5명 꼴로 드물게 발생한다.  

국내 환자가 1000명 정도인 희귀 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특수암센터에서는 수술을 통한 근치적 절제를 우선 고려하고, 개개인의 질병 특성에 따라 Octreoti 등과 같은 표적치료제와 항암화학요법제 치료를 하지만 생명연장 요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핵의학과 관점에서 이 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다. ‘177Lu-DOTA- Tyr3’라는 해당 암세포에 달라붙는 방사선동위원소 의약품을 투여해 대ㆍ소변을 통해 암세포를 체내 밖으로 빼내면 된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약품은 아이폰의 아버지 스티븐 잡스를 치료했던 독일의 리차드 바움 교수에 의해 개발됐다. 스티브 잡스를 치료하던 시기는 해당 의약품의 개발단계로, 그의 사후 몇 년 후 완성됐다고 한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가 소아암 등 희귀질환에 쓰이는 '131아이오딘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진상욱 기자)

◆177Lu-DOTA- Tyr3 투약시, 병세 호전 뚜렷

독일에서는 해당 의약품의 치료효과를 증명하는 논문 자료도 있다고 한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의 치료 경과 자료를 살펴보면, 해당의약품을 투여한 이후 2006년 최초 투약한 환자의 종양이 2007년 10월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작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방사선이지만 맞춤형 치료 이다보니 종양이 있는 부위에 집중해서 피폭량을 늘릴 수가 있다. 그러기에 머리가 빠지는 등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치료 원리도 간단하다. 진단용 방사선동위원소 의약품인 Ga-68-DOTATE를  177Lu-DOTA- Tyr3로 교체하면 된다.

이를 ‘테라그노시스’ 기술이라고 하는데, 난치성 질환의 질병 조기진단 및 효과적인 치료를 동시에 수행해 환자 맞춤치료를 구현할 수 있는 신 개념의 미래지향적 진단·치료 기술로서 ‘분자영상’ 및 ‘나노의학’ 기술의 복합·융합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이면서 치료도 쉽게 되는 갑상선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177Lu-DOTA- Tyr3를 투약한 환자의 치료경과 상태. 눈에 띄게 호전됨을 알 수 있다. (자료=서울대병원 핵의학과)

◆ 생산도 가능하지만, 국내 임상데이터 없어 비허가

강건욱 교수는 해당 의약품 경우 서울대병원의 GMP 수준이면 소량이지만 어렵지 않게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보라매병원은 이영신 씨를 치료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품 허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해당 의약품에 대한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데이터가 없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식약처는 국내임상데이터 결과가 있는 의약품에 한해 허가를 내준다. 수입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방사선동위원소 의약품 경우는 장거리 이동 도중 효력을 잃어버리기 쉬운 탓이다.

이 씨는 “매일이 불안하고, 내가 잘못해서 이런 병에 걸렸나 싶어 자책하는 기분으로 살아간다”며 “정부의 규정 때문에 죽어야 된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고 성토했다.

이어 “독일에 가서 치료를 받으려면, 비행기 가격 등 회당 2-3천만원이 필요하다는데 돈 없으면 죽으라는 이야기 같아 울적하다”고 말한 뒤 끝내 울음을 삼켜야 했다. 

◆ MIBG 의약품 생산 중단?! 부신수질종양 환자 날벼락

국내 핵의학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갑상선암 외에는 희귀질환 치료에도 효과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진상욱 기자)

이 씨 뿐만이 아니다. 일선 핵의학과 의료진들은 대다수 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만이 아니었다. 일선 의료진에 따르면 희귀질환인 부신수질종양을 앓고 있는 환자들(2천명 추정)도 약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병은 재발이 잘 돼 꾸준히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131아이오딘’이라는 방사성동위원소 의약품 치료법을 적용하면 재발 위험을 낮추고 전신 방사선 치료를 할 경우 생기던 부작용과 고통도 줄일 수 있다. 

이 약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일선 제약사들은 생산을 하지 않는다. 오직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수익 차원이 아닌 환자들을 위한 봉사차원에서 생산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식약처가 모든 의약품 제조는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국제 기준(방사성의약품 GMP)에 따라야 한다며 이 기준을 갖추지 않은 연구원에 기준을 맞추라고 통보했다. 

연구원 측은 이를 위한 추가 설비 견적을 내보니 10억원이 필요했다. 

연구원은 내년부터 이 약을 포함한 5종의 치료제 공급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약품사용처에 보내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을 분노케했다.

이에 언론들은 400조원의 예산을 짜면서도 생명과 직결된 10억원 예산은 주저하는 나라라고 대서특필했고, 식약처와 원자력연구원은 생산을 가동하겠다고 약속했었다. 

◆ 식약처 “독일 자료 검토 후 허가 내겠다”

=131아이오딘을 투약한 환자. 14일만에 수술했던 잔존했던 암세포들이 상당수 배출됐음을 알 수 있다. (자료=서울대병원 핵의학과)

본지는 원자력연구원 측에 부신수질종양 약이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원자력연구원 담당자는 “해당 의약품의 생산·공급은 유효하다”며 “단지 지금 기장 원자로의 내진 보강에 따라 잠시 생산이 중단됐을 뿐이다”고 알려왔다.  

이 관계자는 “치료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의약품 생산·공급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신경내분비종양. 국내 임상시험 데이터 요건이 허가 우선 사항이라는 식약처의 입장은 확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은 생명과 직결되기에, 적어도 동물 실험을 통해 독성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 말기인 환자가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할 상황에 이를 경우 의료당국이 시판승인 전의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해 치료기회를 주는 동정적사용승인계획(EAP)에 대해서도 “국내 임상시험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식약처는 강조했다.

본지와 식약처는 장시간의 토론 끝, 한 가지 해결방안을 도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환자의 생명은 중요하기에 독일의 바움 교수 자료를 식약처에 보내달라. 담당자들이 이 자료를 분석해 생명과 직결될 독성이 없다는 결론이 서면 해당의약품의 생산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글:이동훈 기자, 사진:진상욱 기자  rockra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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