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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정계에 발 들인다고 다 정치인은 아니다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 중도 포기로 본 직업정치인
  • 신영호 기자
  • 등록 2017.02.09 14:14 | 승인 2017.02.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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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정치권에 유감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회견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얘기하는 사람이 없더라”며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라고 했다.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정치는 정치꾼에게 맡겨놓으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치사회에서 ‘정치는 이런 것이다. 정치는 꾼이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를 특정한 배타적 지역으로 만들어놓고 자기들끼리 한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의 변을 기초로 정치가의 모습을 그리면 악마에 가까워 보인다. 나와 너 혹은 적과 아군을 가르는 배타성, 유불리만 따지는 셈법,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정치가의 얼굴이 천사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사진제공=연합뉴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불출마 배경에 대해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달랐다. 반 전 총장의 진단과는 반대였다. 오히려 반 전 총장이 비정치인으로서 한계를 보여줬고, 현대 현실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은 최근 페이스북에 “정치는 올림픽 펜싱경기가 아니”라며 “때로는 말죽거리잔혹사, 비열한 거리 같고, 어떤 때는 명량해전 같은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근육으로 단련돼 있지 않거나,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다”고 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원판 자체가 대통령감으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렇다보니 정치적 행보가 먹혀들 틈이 없었다”며 관료 출신으로 반 전 총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현실 정치인과 평론가들이 정치를 말할 때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많이 참고한다. 냉혹한 현실정치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도 반 전 총장의 중도 낙마를, 비정치인의 근본적 한계에 따른 필연으로 봤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정치발전소에서 진행됐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어떻게 봤나

“반 전 총장은 ‘나는 비정치적이기 때문에 순수하고, 공직자로서 공익을 위해 헌신했다’고 했는데, 베버의 관점에서 보며 정치적으로 가장 저열한 태도다.”

-왜 그런가

“정치인들은 표를 얻어야 되기 때문에 시민사회 곳곳에 가서 얘기를 듣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관료는 그럴 필요가 없는 주어진 예산을 집행하는 존재다. 구조적으로 보면 그분이 살아왔고 보여준 모습을 보면 정치인의 삶과 다르다. 정치인스러운 게 욕먹을 짓은 아닌데 그런 것에 공격적으로 대하고 내가 무너졌다고 하는 건 곤란하다.”

-정치인스럽다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만약에 천사라면 정치가 필요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정치는 싸움의 영역이고, 당연히 셈이 필요하고 전략이 필요하다. 캠페인을 한다는 건 전쟁을 치른다는 단어에서 온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 사회 문제를 풀어내는 일인데, 그런 정치를 문제 삼은 반 전 총장은 얘기는 사실상 정치를 부정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정치가는 싸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인가

“베버는 선한 마음을 갖고 대의를 추구하되 정치라는 게 다른 인간 활동과 구분되는 특별한 점이 있다는 걸 강조한다. 인간사회는 선한 요소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악과 싸우기 위해 악의 무기를 손에 쥐는 일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악마의 무기를 손에 쥐고 이상은 높게 두되 둘 사이를 만족시키는 게 정치인이 가져야 할 규범, 이상, 윤리라는 게 베버의 관점이다. 그래서 자질론으로 나오는 게 대의에 대한 헌신, 열정, 다른 하나가 균형 감각이다.”

-균형 감각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외환관리를 잘못하면 국민 경제가 파탄나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서 신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고 것이다. 경제만 파탄 나는 게 아니라 본인도 아주 처참하게 끝난다. 정치에서 실패는 리더에게는 가혹하다. 자기 권력을 신중하고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정치만큼 인격에 대한 도전적인 분야는 없다. 웬만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가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사진제공=연합뉴스>

-정치인이 비극적 결말을 겪지 않으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정치학자들은 사례를 많이 보라고 권한다. 다른 유사한 사례에서 정치인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역사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또 책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수용할지 헤아려 보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할 것 같다

“다른 종류의 인간들과의 상호작용 과정이 중요하다. 마을 등 여러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정치관, 사회관 삶의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다. 시민생활 속에서 성장한 정치가들이 정부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가는 육성될 수 있는가

“최상의 방법은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정치가는 교육될 수 있나’는 오래된 질문인데, 정치가 이뤄지는 현장에서 배우는 게 좋다. 좋은 지도자는 그 지지자들에게 교육 효과를 낳는다.

베버가 정당과 의회를 말할 때 기능이 어떻고 설명한 적 없다. 역할은 딱 하나, 리더십 훈련이다. 왜 국회나 정당이 필요하나. 나중에 정부 운영에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안에서 정치적 훈련과 교육을 받았던 사람을 다르다. 우리나라 정당은 이 부분이 약하다. 외부 사람들 데려와서 훈련시킬 일이 아니다.

-어떤 경력을 쌓는 사람이 직업정치가로 적합한가

“정당 안에서 노동·청년 등 어떤 분야를 담당했는지, 선거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당의 사무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런 과정을 안 거치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데리고 와 봐야 자기 분야만 관심을 끈다. 전문가가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귀족정이라고 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도 만들어 보고, 상임위원회 활동도 하는 등 경력의 사다리가 정치 안에서도 이어서 와야 된다. 사실 어느 나라 다 이렇게 한다. 교수가 장관에 뽑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경력을 보면 정치 안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 직업정치가는=집권 12년차를 맞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당생활을 통해 성장한 대표 정치인으로 꼽힌다. 1989년 동독정당 민주약진에 가입한 구동독 마지막 정부인 로타어 데메지에르 정부 대변인, 기독교민주연합 연방하원의원, 연방 여성·청소년부 장관, 연방 환경·자연보호·핵시설 안전부 장관, 기민당 사무총장, 당수 겸 원내총무를 거쳤다.

32세에 스웨덴 교육부 장관이 된 구스타프 프리돌린은 어려서부터 정당생활을 했다. 1994년 11세의 나이에 스웨덴 녹색당에 입당한 그는 녹색당 청년조직에서 활동하다 2002년 국회의원이 됐다. 2011년에는 녹색당 공동대표가 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대표적 직업정치가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리노이즈 상원의원(3선)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다.

신영호 기자  shila8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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